
YG Acoustics의 새로운 로고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한 상황에서 오디오 업계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각종 원자재 공급망에 어려움을 겪고 부품 수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업체가 생길 정도로 어려운 시간을 감내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YG Acoustics의 창업자 요하브 게바의 퇴사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YG Acoustics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약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YG Acoustics에서 총 7종의 신제품(Peak시리즈와 Vantage Live)을 연달아 발표하는 일이 있었다. 한창 어려운 시기에 신제품이라고 하니 놀라운 마음이 들었고, 어떤 개발 배경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했는지 그리고 요하브 게바의 후임 엔지니어는 어떤 분인지 궁금한 마음으로 빨리 신제품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YG Acoustics의 국내 수입원, GLV의 메인 시청실 모습
시간이 흘러 얼마 전 Peak시리즈 중 TOR라는 모델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개인적으로 Peak라인업 중에서 무척 기대하던 모델이었는데, 이를 만나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TOR 입고에 맞추어 Peak시리즈의 국내 런칭을 기념하기 위해 YG Acoustics의 마케팅 이사인 딕 다이아몬드 씨가 내한하였고, GLV메인 시청실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음악을 감상하며 Peak시리즈의 특징을 살펴보는 제품 런칭행사를 이틀에 걸쳐서 가졌다. 여기에 그 내용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YG Acoustics의 아시아 마케팅 이사, 딕 다이아몬드 씨가 Peak시리즈의 TOR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딕 다이아몬드 씨는 국내에는 수차례 방문하여 오디오 쇼 참가 뿐만 아니라 몇가지 모델 런칭 행사에 참여하신 전례가 있는 분으로 국내 오디오파일 분들에게는 익숙한 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마케팅 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왠만한 엔지니어 못지않게 난이도 높은 기술적인 질문에도 주저없이 수준높은 답변을 해 주실 정도로 자사의 제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하이파이 전반에 걸쳐서 업계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한다. 업계에서 만난 분들 중 유일하게 개인적으로 상당히 존경하는 분 중 하나인데, 행사는 딕 다이아몬드 씨의 제품 소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제품 소개 중간중간에 시연 음악을 들어보고 설명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는 양일간 진행된 행사에 모두 참여하였는데, 행사 당시에 설명들었던 내용 중 인상깊었던 내용 중심으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Peak시리즈는 YG Acoustics의 기존 제품을 생각할 때 매우 야심찬 연구/엔지니어링 프로젝트로, 상급시리즈 모델이 갖는 이상적인 위상 특성과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이어받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성을 높여 다가갈 수 있도록 개발된 모델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요하브 게바의 바톤을 이어받은 수석 엔지니어 메튜 웹스터 씨는 YG Acoustics가 추구해 온 위상과 주파수 간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 사상을 계승하여 Peak시리즈에 새롭게 구현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그 과정 중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한 수퍼 컴퓨터를 동원하여 300개가 넘는 룸 컨디션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으며, 최종적으로 Peak시리즈 각각의 스피커에 맞게 파라미터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서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메튜 웹스터 씨에 대해 조금 더 부연설명 드리자면, Cambridge Audio Science(CAS)라는 회사에서 여러 하이파이 업체와 연계하여 제품을 위탁 설계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분으로, YG Acoustics입사 이전에 이미 Sonja XV를 직접 구입하여 사용중인 이력이 있다고 한다. YG Acoustics 입장에서는 YG가 추구하는 사상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이해력이 높은 인물이었고, 최적의 적임자였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요하브 게바의 퇴사 이후로 YG Acoustics는 CAS와의 협업을 추진하는 모양새로 진행되는 듯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YG Acoustics는 CAS와 합병하여 메튜 웹스터 박사 체제로 전환하여 변화하였다. 요하브 게바의 사상을 충실히 이어받은 메튜 웹스터 박사도, 이전의 모델들처럼 컴퓨터를 이용한 제품 설계를 시작하였고 위에서 설명드린 내용과 같이 수많은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서 각 스피커 간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으로 Peak시리즈를 완성했다. 그 뿐만 아니라 벨칸토와의 협업으로 Vantage Live라는 제품을 완성했기도 했다.
그럼 다시 Peak시리즈로 돌아와서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Peak시리즈는 6개의 제품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Peak 시리즈 제품 라인업 모델들
위 사진에서와 같이 2종의 북쉘프와 3종의 톨보이 모델, 그리고 1종의 액티브 서브우퍼로 이루어져 있다. 제품 명을 보고 이미 짐작한 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 Peak시리즈의 모델명은 YG Acoustics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콜로라도의 산을 묘사하는 것으로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각각의 모델명은 산을 올라갈때 마주하는 여정의 각 부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산 초입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명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칭 외에도 Peak시리즈 라인업 중에서 서브우퍼의 존재 때문에 홈씨어터 구성을 상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딕 다이아몬드 씨에게 문의해본 결과 센터 스피커는 검토중이지만 공식적으로 발매할 예정은 없는 상황이며 북쉘프 스피커의 저음 보강용으로 만들어진 하이파이 전용 서브우퍼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GLV시청실에 전시되어 시연중인 TOR (Oak마감 컬러)
Peak시리즈는 금속 인클로저를 고집해왔던 YG Acoustics의 전통을 깨고 나온 모델이다. 즉, 인클로저에 목재 재질을 도입한 것인데, 금속 인클로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진동과 단단함을 달성할 수 있는지 고민하였고, 그 결과 인클로저의 하단과 전면부는 금속을 유지하고 나머지 인클로저 부분은 과감히 목재를 도입하였다. 목재라고 표현했지만, 딕 다이아몬드 씨의 설명을 들어보니 고밀도 파이버보드(HDF)에 레진층을 더하고 다시 고밀도 파이버보드(HDF)를 구성하여 인클로저 모양을 형성하고 나무 커버를 덮어서 완성하였다고 한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내부에는 캐비닛 공진과 반사를 제거하는 브레이싱 구조 및 흡음장치를 포함했다고 하며 그 뿐만 아니라 금속의 재질도 등급을 낮추지 않고 상급기와 동일한 6061 알루미늄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는 사실을 딕 다이아몬드 씨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금속을 줄여 원가 절감을 했지만, 금속재질의 등급을 떨어뜨리지는 않았고, 목재를 사용했지만 공진과 강인함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클로저 하단부의 알루미늄 부분에는 크로스오버 회로가 단단히 마운트되고 매우 두꺼운 전면 베플은 알루미늄과 목재 인클로저를 결합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실제 인클로저 외부 상으로는 어떠한 나사나 결합구조가 보이지 않고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는데, 상단부의 반원구조물 부분을 통해 목재와 금속 인클로저가 결합되고 조립되는 구조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인클로저는 Oak, Rosewood, Ebony의 3가지 색상이 있으며, 시연회에 전시된 색상은 Oak마감 모델이었다.
TOR 스피커의 조립비밀이 숨겨져 있는 상판구조
이어서 Peak시리즈에 사용된 드라이버에 관련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TOR와 TALUS의 경우 상급기인 Carmel 2와 동일한 유닛 구성을 하고 있고, ASCENT는 Vantage와 동일한 구성, 그리고 SUMMIT의 경우 Haily 1과 동일한 유닛 구성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브우퍼 DESCENT모델의 경우 다른 상급 라인업 제품의 드라이버를 공유하지 않고, 11인치 구경의 신규 드라이버를 제작하여 사용했다고 한다. 시연회에서 시청을 진행한 TOR의 경우 7인치 구경의 중저역 유닛을 탑재하고 Forge Core 실크돔 트위터를 사용하였는데, 상급 라인업과 동일 유닛을 사용했지만 좀 더 구동하기 쉬워지고 너그러워진 반응 특성과 약간 따스한 경향을 띄도록 설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Peak시리즈에 적용된 크로스오버의 특징에서 기인하는데, YG Acoustics의 상급 라인업 제품이 거의 동일한 크로스오버 구성을 하고 있는데 반해서, Peak시리즈의 크로스오버 구성은 모델별로 제각각 다르고 공개되지 않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클로저 크기와 유닛의 구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 모델별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으며 모델별로 다른 파라미터를 적용하여 최적화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매칭되는 앰프도 훨씬 수월한 편이 되었다고 하며, 상급라인업 제품 대비 앰프의 등급이 떨어지더라도 좀 더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스피커 파라미터를 구성하였다. 따라서, 적당한 출력의 인티앰프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리를 내 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스탠드에 마운트 된 TOR스피커의 전면 모습
TOR에 사용되는 스탠드는 매우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단단함을 갖추는 동시에 디자인 적 완성도를 보이기 위한 구조로 설계된 것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스탠드 중간의 안쪽의 형상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알루미늄 홈 사이에 레진과 같은 댐핑 소재를 채워서 진동을 소멸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스피커와 스탠드가 마운트 되는 방식도 상당히 이색적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스피커 스탠드 상에 스피커를 나사와 같은 것으로 단단히 고정시키는 반면, Peak시리즈의 북쉘프 스탠드는 스피커가 위치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홈을 파서 그 위에 올려놓는 방식이여서 매우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TOR스피커 스탠드 내부 요철구조와 댐핑재 마감부
TOR 스피커의 바인딩 포스트
그 밖에도 내부 배선재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는데, 상급 모델의 내부 배선재는 킴버(Kimber)사의 제품이 사용되었던 것에 반해 Peak시리즈의 내부 배선재는 카다스(Cadas)사의 제품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바인딩 포스트는 WBT 제품이 사용되었고, 싱글 와이어링을 지원한다. TOR의 주파수 응답 특성은 37Hz~40Khz로, 동일한 유닛을 쓴 상급기인 Camel 2 대비(32Hz~40Khz) 저역 한계점이 5Hz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서 들었던 느낌을 이어서 말씀드려보도록 하겠다.

TOR스피커 시연회 전경 (GLV 3층 메인 시청실)
시청 당시 매칭된 시스템은 첫째날은 MSB 레퍼런스 DAC과 오렌더 W20SE를 사용하여 소스기기를 구성하였으며, MSB의 M205모노블럭으로 TOR스피커와 연결하였다. 두번째 날은 세팅을 조금 변경하여 앰프를 단 다고스티노의 프로그레션 모노블럭과 모멘텀 프리를 사용하였으며, 소스기기도 램피제이터의 Horizon으로 변경하여 진행하였다.
몇가지 곡을 시청해 본 결과 TOR가 들려준 재생음은 YG Acoustics의 제품답게 매우 투명하였으며, 사이즈를 뛰어넘는 파워풀한 베이스 재생능력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베이스의 양만 많아지는 것이 아닌, 잘 만들어진 밀폐형 제품답게 매우 정확하게 통제되는 베이스 특성을 느낄 수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대단히 호방한 재생음을 들을 수 있었다. 포커스 측면에서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매우 정교하고 이미징 특성이 뛰어났으며, 시연을 위해 박스를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완성형의 재생음을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첫째 시연회날 감상했던 Vittorio Cuculo Quartet 의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를 들었을 때에는 현장감이 대단했으며 고역의 개방도도 상당히 좋았고, 노이지한 소스의 느낌이 매우 충실하게 재생음에 반영되어 YG Acoustics제품 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드럼의 타격감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고, 두툼하게 두들겨주는 느낌이 상당히 일품이었으며, 레퍼런스 시리즈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미 첫곡부터 상당한 실력기임을 알 수 있었다. 금관악기는 YG의 장기라고 생각되는데, 섹소폰의 톤이 약간의 따스한 경향으로 듣기 좋게 묘사되었고 금속 인클로저가 아니기 때문에 유닛에서 나오는 쇳소리가 나무 인클로저에서 약간 순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순수 금속형 스피커를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께는 상당히 좋은 대안이 나타났다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는데, 다른 Peak시리즈의 제품들은 어떤 사운드 특징을 보여줄 지 한껏 기대가 된다.
둘째날 시연회에서 감상했던 에릭 클랩튼의 Change The World나 Espen Lind의 앨범에서는 매우 탱글탱글하게 탄력적으로 묘사되는 배이스 표현이 일품이였고, 전반적으로 빠르고 기민한 반응으로 매우 선명하고 해상력이 출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음악이 지니고 있는 리듬앤페이스를 잘 표현해줌으로써 완성도 높은 재생음을 들을 수 있었으며, 탁 트인 개방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컴포넌트의 변화를 재생음에 고스란히 반영해주어서, 매우 투명하고 모니터링 적인 성격을 지닌 훌륭한 제품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어서 감상한 핑크 플로이드 곡에서는 엄청나게 호방하고 큰 스케일 표현능력에 매우 감탄하였으며, 매우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재현하여 크기 대비 상당히 위력적인 사운드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상급기의 사운드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물려받으면서도 조금은 따스하고 너그러운 반응을 보여주었는데, 1:1 비교를 해 보지는 못했지만 상급기와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상당히 위력적인 실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상급 제품 라인업 대비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상당한 성능을 체험하여 다른 Peak시리즈의 제품들도 입고되는대로 청음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빠른 시간 내에 만나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런칭회 당시 촬영했던 사진들을 나열하며 Peak시리즈 런칭행사 탐방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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